AI가 좋다는데 왜 사람들은 자꾸 반대할까. 내 일자리에는 정말 영향이 없을까.

2026년 5월 16일, 애리조나 대학교 졸업식. Google 전 CEO 에릭 슈미트가 연단에 섰다. "AI는 의료를 바꾸고, 교육을 혁신하고,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입니다"라는 취지의 말을 꺼내자마자 야유가 쏟아졌다.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연설을 반복해서 끊었다. 이 장면은 The Verge가 보도했고,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졌다.

야유의 이유가 "AI가 싫어서"였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학생들 다수는 AI 자체를 부정한 게 아니었다. 그들이 거부한 것은 "AI로 모두가 잘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졸업 후 일자리 불안을 안고 나가는 자신들 앞에서 꺼내는 방식이었다. AI 도입의 이득과 피해가 같은 사람에게 가지 않는다는 감각 — 이것이 야유의 본질이고, 같은 감각이 지금 임금 협상 테이블, 채용 공고 수,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의 전기요금 고지서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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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가 말하지 않은 것이다

슈미트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가 말하지 않은 것이다

슈미트가 AI의 가능성을 설명한 것 자체는 사실에 근거한다. AI가 의료 영상 분석 정확도를 높이고, 특정 행정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고, 교육 콘텐츠 접근성을 넓히는 방향으로 쓰이고 있다는 데이터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야유인가.

슈미트가 연설에서 말한 것과, 학생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것 사이의 거리를 보면 된다.

슈미트가 말한 것: "AI는 새로운 직업을 만든다. 더 나은 미래가 온다."

졸업생들이 마주한 현실: 2025년 기준, 기술 업계에서만 약 15만 명이 해고됐다 (Layoffs.fyi 집계). 이 중 상당수는 "AI 효율화"를 이유로 들었다. 문서 작성, 코드 리뷰, 고객 응대 등 신입이 처음 맡던 업무들이 AI 도구로 대체되고 있다.

즉, 슈미트가 말하는 "새 직업"은 아직 추상적인 미래이고, 학생들이 직면한 "지금 없어지는 일자리"는 구체적인 현재다. 좋은 뉴스와 나쁜 현실의 시간 차. 이게 야유의 구조다.

기술 리더들은 이 시간 차를 종종 묵살하거나 과소평가한다. "장기적으로는 더 좋아진다"는 말은 "그 사이에 당신이 겪을 고통은 누가 책임지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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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리더들이 계산하는 것과 대중이 계산하는 것

기술 리더들이 계산하는 것과 대중이 계산하는 것

실리콘밸리가 AI의 이득을 계산하는 방식과 일반 직장인이 AI를 계산하는 방식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기술 리더들은 순 이득(net benefit) 을 본다. 생산성이 전체적으로 올라가고,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GDP가 커진다는 거시 지표다. 맥킨지는 2023년 보고서에서 AI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2.6조~4.4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일반 직장인은 분배(distribution) 를 본다. 그 4.4조 달러 중 내 급여는 오르나. 내가 다니는 회사는 AI 도입으로 사람을 줄이나 늘리나. 내가 하는 업무가 5년 뒤에도 존재하나.

이 두 계산법은 같은 데이터를 보고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기술 리더들은 자신의 계산법만 연설에서 말한다. 대중의 계산법을 "두려움"이나 "기술 거부감"으로 치환하면, 야유는 예정된 결과다.

소통 방식의 문제로 정리하면 본질을 놓친다. 구조의 문제다. 이익은 좁게 모이고 비용은 넓게 퍼진다.

AI 투자로 가장 많이 이득을 보는 주체는 AI 기업 주주, 기술 인력, 그리고 AI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대기업이다. 반면 비용은 — 일자리 전환 비용, 재교육 비용, 개인정보 위험, 전력 인프라 부담 — 훨씬 넓게 퍼진다.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확장이 당신의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대비 2030년까지 3배 이상 늘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망했다.

슈미트가 졸업식에서 이 비용 분배 이야기를 꺼냈다면 야유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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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민주화"라는 말이 감추는 것

"AI 민주화"라는 말이 감추는 것

기술 리더들이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가 "AI 민주화"다. 누구나 AI를 쓸 수 있게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기술 회사들이 'AI 민주화'를 말할 때 누가 실제로 이득을 보는가를 따져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현재 AI 도구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집단은 이미 기술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다. 좋은 프롬프트를 쓸 줄 알고, 결과를 검증할 수 있고, AI 도구를 업무에 통합할 환경이 있는 사람들. 반면 AI 도입으로 가장 먼저 일자리 압박을 받는 집단은 반복적 업무를 맡은 중·하위 소득층 노동자다. 콜센터, 데이터 입력, 기본적인 문서 작업 등이다.

"누구나 쓸 수 있다"와 "누구나 이득을 본다"는 다른 말이다. 기술 리더들은 종종 이 두 문장을 하나인 것처럼 사용한다.

신뢰를 무너뜨리는 두 가지 축이 여기에 있다. 첫째는 시간 차 — 미래 약속과 현재 피해. 둘째는 대상 차 — 전체 이득과 특정 집단이 체감하는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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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업무와 급여는 지금 어떻게 계산되고 있나

당신의 업무와 급여는 지금 어떻게 계산되고 있나

추상적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당겨보자.

지금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을 이유로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동결하고 있다. 이건 공식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IBM은 인사·재무 부문 약 7,800개 역할을 AI로 대체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CEO 아빈드 크리슈나, Bloomberg 인터뷰, 2023년 5월). Salesforce는 2025년 초 영업직 신규 채용을 사실상 중단하고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들이 쌓이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기존 직원들의 업무 범위는 늘고, 급여 협상력은 줄고, 신규 진입자의 기회는 좁아진다. 기술 리더들이 말하는 "AI가 생산성을 올린다"는 그 생산성 증가분이 노동자에게 임금 인상으로 돌아올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대비는 연설장에 있지 않다. 내 업무 중 AI가 먼저 가져갈 부분이 어디인지, 그 부분이 사라졌을 때 내 가치가 어디에 남는지 — 이 두 질문에 종이에 적을 수 있는 답을 만들어두는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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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리더들의 말을 들을 때 물어야 할 두 가지

기술 리더들의 말을 들을 때 물어야 할 두 가지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기술 CEO들은 AI가 좋다고 하는데 왜 사람들은 자꾸 반대할까.

답은 이렇다. 사람들이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은 질문을 하고 있는데 리더들이 답을 주지 않는다. 야유는 거부가 아니라 요구였다.

기술 리더들의 AI 발언을 앞으로 들을 때, 두 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이 기술로 누가 구체적으로 일자리를 잃나. "장기적으로 새 직업이 생긴다"는 말은 답이 아니다. 지금 어느 직군에서, 어느 규모로, 어떤 속도로 역할이 줄어드는지가 답이다. 이게 없으면 좋은 뉴스는 한쪽 방향으로만 편집된 뉴스다.

둘째, 피해를 받는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 대책이 공식 발표됐나. 재교육 프로그램인지, 전환 지원금인지, 채용 보장인지 형태는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좋아질 것"이라는 선언이 아니라 지금 작동하는 구체적 약속이 있느냐다. IBM의 AI 전환 발표에는 구체적인 재교육 예산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다. Salesforce의 AI 에이전트 도입 발표에는 영향받는 직원들을 위한 공식 지원 계획이 없었다.

둘 다 없는 연설이라면, 그건 일부 사람들만을 위한 좋은 뉴스다. 애리조나 대학교 학생들은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야유를 보냈다. 그 야유는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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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The Verge의 보도와 공개된 기업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슈미트의 연설 전문은 현재 공개되지 않았으며, 보도된 내용을 기반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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